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이번 시즌 첫 이스탄불 더비가 열리는 Burhan Felek 경기장으로 갔다. 갈라타사라이와의 2연전의 첫 경기는 터키 컵 경기였다. 늘 가던 곳이었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오늘 이 경기장의 홈팀은 페네르바체가 아닌 갈라타사라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네르바체 옷을 입고는 경기장에 출입할 수도 없었다.
페네르바체는 홈팀이 사용하는 코트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원래 대진표는 페네르바체의 홈 경기이지만 이번 주말 리그경기도 페네르바체의 홈 경기여서 조율이 된 듯 하다. 본부석에서 왼쪽 코트를 사용하는 팀의 세트 승률이 높았다. 반대편 코트가 조금 더 넓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열심히 대형 걸개를 설치하는 갈라타사라이 서포터들. 이런 대형 걸개를 무려 6개나 걸었다. 아마 이번 리그경기를 위해 페네르바체 서포터들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 더비는 무조건 이겨야한다. 이건 마치 한일전과 같은 분위기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 하다.
필승을 다짐하는 페네르바체 선수들. 이 날 경기는 늘 자신들을 응원하던 서포터들이 없었다. 대신 자신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갈라타사라이 서포터들만 있었다.
경기 시작 직전,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오늘은 경찰도 총 출동했다. 페네르바체 옷을 입으면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지만 곳곳에 평상복을 입고 온 페네르바체 서포터들도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기는 일방적인 갈라타사라이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특히 1세트는 충격적이었다.
이 경기전에는 바크프방크와 앙카라콜레지의 컵 대회 경기가 있었다. 바크프방크의 사오리 선수는 돌아가지 않고 코치와 함께 이 경기를 끝까지 지켜 봤다.
ultrAslan. 갈라타사라이 서포터 클럽의 이름이다. 페네르바체의 서포터들보다는 더 억새다고 할까?
2세트는 막상막하의 경기였지만 페네르바체가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실력이 부족하면 근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오늘 경기는 그 근성 조차 보기 힘들었다. 몇몇 선수들의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플레이는 경기를 더욱 답답하게 풀어갔다.
김연경 선수의 스파이크. 인이었는지 아웃이었는지 생각이 안난다.
승부근성하면 당연히 김연경 선수이다. 작전타임이나 경기가 멈춰 있을 땐 선수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코트 위에 서는 순간 배구공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실점할 때마다 너무 아쉬워 하던 페네르바체 코치.
주장 세다는 비록 부상으로 경기는 못 뛰지만 뒤에서 계속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완벽한 서브와 완벽한 스파이크.
3세트는 비교적 손 쉽게 이겨서 세트 스코어가 2:1이 되었다. 4세트도 엎치락 뒤치락 했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가 않았다. 코치들도 어느 경기보다 더욱 경기에 집중했다.
갈라타사라이의 12번 선수. 쿠바 선수인데, 오늘 경기는 이 선수 때문에 진거나 다름 없다. 스파이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페네르바체가 3세트를 쉽게 가져올 수 있었던 이유도 3세트에서는 이 선수가 체력이 많이 지쳤는지 실책을 많이 했다. 하지만 4세트에서 다시 날아 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세트스코어 3:1 갈라타사라이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선수들과 서포터들은 우승한 것 마냥 좋아했다. 그렇다고 총을 쏘면 안되지. 무서웠자나.
경기가 끝나고 페네르바체 선수단 분위기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코트 밖으로 나갔다. 갈라타사라이에게 진 것도 그렇지만 이날 갈라타사라이의 실력도 그닥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경기였다. 특히 갈라타사라이 리베로의 리시브는 최악이었다. 뭐 페네르바체 세터의 토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페네르바체의 공격력이 날카롭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세터에게 있다. 완벽한 기회인데 어중간한 토스로 인해 제대로 된 공격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3일 후에 있는 갈라타사라이와의 리그경기는 무조건 이겨야한다. 리그에서 갈라타사라이는 4위, 페네르바체는 5위를 기록하고있다. 순위 싸움에서도 중요한 경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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