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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디까지가봤니.

이스탄불을 떠나다_1

이스탄불에 온 지도 벌써 2달이 지났다. 이스탄불에 도착한지 3일 만에 학원을 등록하고 주 5일반 수업을 들으면서 열심히 터키어를 배웠다. 언어공부가 이렇게 힘든건지 미처 몰랐다. 터키어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라 더욱 힘들었다. 타지 생활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는데 와우! 6일간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고의 기회다. 이스탄불을 떠나자!


2달 만에 이스탄불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먼저 카파도키아를 구경하고 파묵칼레,에베소 그리고 이즈미르를 순서대로 구경하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전형적인 여행 경로 중 하나이다. 하지만, 버스표를 늦게 구하는 바람에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표가 전부 매진되었다. 다행히 연휴 중간 쯤 출발하는 이즈미르행 버스표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무조건 샀다. 지금 나에겐 어딜 가냐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 그 자체였다.


그렇게 10월 25일 밤 11시 30분 이즈미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약간의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이 공존했다. 모든 것이 갖춰있는 '관광'과 무엇이 기다릴지 모르는 '여행' 그래서 관광보다 여행이 더 좋다.

출발 2분전~

'파묵칼레'라는 여행사를 이용했다. 터키는 버스 서비스가 상당히 잘 되어있다. 버스 회사 종류에 대해 포스팅을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이번 여행하면서 본 회사 종류만도 어마어마하다.

최근에 나온 버스는 이렇게 USB를 이용해 아이폰을 충전도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걱정하던 것 중 하나가 아이폰 충전이었는데 깔끔하게 해결 되었다. 개인 모니터를 통해 TV나 영화도 볼 수 있다.

터키 버스 여행을 하면 서비스맨을 만날 수 있다. 스튜디어스처럼 음식과 음료를 제공한다. 그런데..

밤 12시가 되가는데 샌드위치를 나눠준다. 그걸 또 다들 먹고 잔다. 터키 사람들은 밤에 뭐 먹는걸 정말 좋아한다. 기숙사에는 저녁을 9시가 되서야 먹는 친구도 있다. 물론 나도 샌드위치 먹고 잤다.

자다 일어 났는데 버스가 항구에 도착했다. 갑자기 버스를 배에 싣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지도를 켰다.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로 가는 길은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멀리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버스를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었다. 덕분에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까지 8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8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터키 땅이 워낙 넓어서 이정도는 기본이다. 트라브존이나 동부도시도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도 꽤 많다.

이즈미르 도착! 바로 에베소로 가야 하는데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버스표를 알아보느라 많이 늦어졌다. 연휴 마지막 날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버스표는 역시 전부 매진이었다. 다행히 연휴 마지막 날 특별 배차 버스표를 구할 수 있었다. 버스표도 간이 버스표에 손글씨로 적어주는게 전부였다.

늦은 아침을 먹고 셀축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찾아 다녔다. 에베소에 가기 위해서는 셀축으로 먼저 가야한다. 확실히 이스탄불의 미니버스와는 다르다. 이즈미르 미니버스가 더 맘에 든다! 그런데 셀축가는 버스는 여기에 없다. 이즈미르 오토갈(버스정류장) 2층에서 셀축행 미니버스를 탈 수 있다. 워낙 많은 여행객들이 셀축으로 가기 때문에 미니버스 기사들이 연신 셀축~ 셀축~을 외치고 있어서 찾는것은 어렵지 않다.

이즈미르에서 셀축까지 타고 온 미니 버스의 기사 'Ramazan'~ 앞에 앉아서 몇 마디하면서 왔는데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꾸벅 꾸벅 졸면서 왔다. 이스탄불에서 버스타고 방금 도착했다니까 날 이해해줬다. 8시간 동안 야간 버스타는게 보통 일이 아니다.

사진이 맘에 안들었는지 다시 찍어 달라고 했다. 페이스북 주소도 안 알려주면서 페이스북에 올려달란다. 에베소를 구경 하고 다시 셀축에 왔을 때 또 만났는데 먼저 아는 척도 해주고 식당도 소개해줬다. 이즈미르에서 셀축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리고 버스 요금은 9리라 이다. 에베소로 가기 위해서는 셀축 오토갈에서 한 번 더 미니버스를 타야한다. 에베소까지는 20분 정도 걸리고 요금은 2.5리라이다.

에베소 입장료는 25리라이다. Müze kart(박물관 카드)를 만들면 대부분의 관광지에 무료로 입장 할 수 있다. 카드 가격은 학생은 15리라 일반은 30리라! 엄청 저렴하다. 하지만 나는 이카멧이라는 거주 비자를 신청만 해 둔 상태여서 만들 수가 없었다.

성모 마리아 교회.

건물은 AD 2세기에 지어졌고 AD 4세기에 교회로 바뀌었다. AD 431년 제3차 종교회(에베소 공의회)가 열린 곳으로 기독교 역사상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에베소 공의회때는 기독교 교리를 토론하였다. 

항구도로.

고대도시의 항구 도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항구도로는 말 그대로 항구 쪽에서 오는 통로로, 에베소를 방문하는 황제, 총독 및 귀족들이 이곳에서 제일 먼저 환영을 받았다. 지금은 오랜 세월 동안 멘데레스 강의 범람으로 퇴적물이 두 번이나 쌓여서 항구의 기능을 상실했다. 

대극장.

에베소의 웅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극장이다. 로마스타일로 지어진 대극장은 리시마쿠스 시대에 지어졌고, 트라얀 황제 때의 모습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약 2만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지금도 이 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참고로 사도 바울이 선교를 하다가 에베소의 은세공업자들에게 수난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사도행전 19:24).

셀수스 도서관

터키 고대도시의 유적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135년 율리우스 이퀼라가 그의 아버지 셀수스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 셀수스는 아시아 주 총독이 되어 당시 수도 에베소로 부임해 왔다가 70세에 이곳에서 죽었다.

도서관 정면 입구는 2층 높이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고 지혜, 행운, 지식 그리고 선행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네 명의 여성 석상이 있다. 사진으로는 전부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셀수스 도서관은 두란노 서원으로도 알려져있다. 저 미국인처럼 사도 바울도 이곳 서서 날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강론하며 제자들에게 말씀을 가르쳤을 것이다.

대리석 도로.

고대 로마시대에는 항상 대리석 도로를 만들었다. 대리석 도로는 모든 길의 기준이 된다. 에베소도 마찬가지로 이 도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작은 음악당이 있고, 왼쪽으로 아고라가 있다.

승리의 여신 니케.

나이키 스우시(로고)의 모티브가 된 승리의 여신 니케.

터키는 고양이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어딜 가나 고양이를 볼 수 있다. 단순히 고양이가 많기 때문에 고양이 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이스탄불 대학생들에게 발정기 고양이들의 울음 소리가 시끄러우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우리가 참으면 된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에게 이 만큼 살기 좋은 곳이 있을까?

큰 아고라.

가로 세로 110m의 넓은 터로 BC 3세기경에 설치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상인들이 가져 온 상품들로 큰 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덕분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고 에베소는 세계적인 무역 도시가 되었다. 로마는 아시아의 수도를 에베소로 옮기기도 했다.

다시 셀축으로 돌아가기 위해 미니버스를 기다렸다. 택시를 타지 않는 한 여기서 갈 수 있는 곳은 셀축밖에 없기 때문에 아저씨가 미리 알아보고 여기로 오라고 한다. 내렸던 곳에서 다시 타기 때문에 그 근처에 가면 셀축을 외치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셀축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사도 요한 기념교회를 갔다.

사도 요한 기념교회를 가기 위해서는 박해의 문을 지나야 한다. 로마 시대에는 수 많은 기독교인들이 원형 경기장에서 박해를 받고 맨손으로 맹수들과 싸우면서 순교했다. 마침내 기독교가 공인되었지만 기독교인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의 죽음을 봤는데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경기장을 부수고 그 돌을 들고 박해의 문을 세웠다. 하나 하나 쌓을 때마다 그때의 핍박과 환난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도 요한 기념교회는 아야솔록 요새 아래에 있다.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AD 6세기에 건축되었다. 소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회이고 십자가 형태이다.

교회 안에는 작은 예배당과 사도 요한의 무덤이 있다. 이것이 사도 요한의 무덤이다.

당시 세례를 하던 세례장도 잘 보존되어 있다.

오랜 세월 때문에 본래의 형태는 찾아 보기 힘들지만 기독교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 많은 터키에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뿌듯하면서 가슴이 벅차 올랐다.

사도 요한 기념교회의 전경이다. 이 날은 유독 날씨가 맑아 그늘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도 불었다. 사도 요한 기념교회 입장료는 8리라이다. 역시 Müze kart가 있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고대도시에 관한 글은 이영희씨의 책 '가고픈 성경의 땅 1 터키'를 참고했다.


바로 쿠샤다스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시내 구경도 하기 위해 셀축 시내로 갔다. 그런데 지금 터키는 연휴라는 사실을 깜빡했다. 기념품 가게나 마켓 말고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심지어 식당 마저 영업을 하는 곳이 별로 없었다. 결국 동네 한 바퀴 돌고 다시 오토갈로 갔다.

쿠샤다스까지 타고 갈 미니버스이다. 셀축에서 쿠샤다스까지는 1시간 반정도 걸리고 가격은 5리라이다. 쿠샤다스는 매우 작은 도시이지만 유명한 휴양도시이다. 한 마디로 특별히 볼 것은 없는 동네이다. 별 볼일 없는 동네이지만 휴양도시답게 저렴한 호텔도 많다. 

셀축 오토갈에는 에베소와 쿠샤다스 말고 여러 동네로 가는 미니버스를 탈 수 있다. 대부분 1~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이다. 그 중 쉬린제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했다.

25일 밤 이스탄불을 떠나 우여곡절 끝에 쿠샤다스까지 도착했다. 호텔은 미리 예약을 해서 여유롭게 해변을 구경 할 수 있었다. 호텔은 하룻밤에 28리라 밖에 안하는 곳을 예약했다. 정말 저렴하다. 시설은 좋지는 않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곳이었다.

어라, 많이 익숙하다.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은 새들이다. 터키어로 쿠샤다스는 새들의 섬이라는 뜻이다. 그 만큼 새를 많이 볼 수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섬 이름도 비둘기라는 뜻을 가진 규베르진 섬이다. 이 곳 항구를 통해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탈 수도 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그만 잠이 드는 바람에 금새 날이 어두워졌다. 밖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 다시 가게 될 이즈미르행 버스표를 사고 여행 첫 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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